영정사진을 찍으며...

기획의도
처음 영정사진 기획이 나왔을 때, 참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사고의 범위가 좁았던 나는, 매우 신선하게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미 많은 사회 단체나, 소모임, 혹은 개인이 이러한 작업으로 봉사를 하고 있어서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그 만큼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판단으로 계속 추진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과연 우리가 제대로 된 영정사진 봉사를 할 수 있는가도 문제였다. 우선 이러한 증명사진류의 촬영에는 모두 경험이 없었고, 또 제대로 된 장비조차 구하기 힘들었다. 결국 그냥 수동 카메라로 작업하기로 결정했지만. 마지막으로 촬영할 영정사진을 인화하여 액자에 담아드리는 것도 팀 멤버 3명의 재정으론 어려웠지만, 소규모 작업이 되더라도 감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촬영한 영정사진을 웹에 공개할 수 있을까?"하고 브레이크가 걸렸다. 물론 그분들의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지레 좌절할 뻔 했다. 그래서 기존 팀들의 협조 없이 우리끼리 해결해 나갈 방법으로 구한 것이, 탑골 공원에서의 이벤트였다. 탑골공원에 가서 영정사진을 찍을 작은 코너를 만들어 현장에서 어르신들께 부탁을 드리기로 했다. 드디어 촬영날 당일, 탑골공원에 도착해보니 예상은 했지만 매우 많은 어르신들이 나름대로 커뮤니티의 개념으로 소일하고 계셨다. 그러나 우리에겐 관심조차 주시지 않았다. 이미 우리와 같이 탑골공원의 어르신들을 필름에 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다녀간 뒤였기에, 어르신들께는 카메라 자체가 귀찮으신 거였다. 실제로 몇분께 협조를 구했지만, 한결같은 반응으로 사진 많이 찍어서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내색하진 않으셨지만 이러한 식의 젊은 사람들의 봉사와 그 봉사를 빙자한 작업에 넌더리가 나신 것 같았다. 많은 고민 끝에 영정사진은 커녕 인터뷰 따기 마저 포기하고, 그저 탑골공원 내의 황량한 풍경들을 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작업으로 임대 아파트 단지 내의 노인정에 계시는 어르신들을 찾아갔다. 그러나 역시 영정사진 얘기를 꺼낼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우선 우리가 그분들과 친밀해 지는 과정에서 어르신들께 접근하는 방법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그분들이 쉽게 맘의 문을 열어주시자 않는 것 같다. 비록 이렇게 찾아줘서 고맙다고 하시지만 우리에게 그분들의 속내를 짧은 시간에 털어놓으시길 바라는 건 무리였을까? 결국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진만 겨우 동의를 구하고 몇장 촬영해 왔다. 이런 여러 사정과 용기 없는 자세로 인해 치명적인 좌절을 경험하고 의욕을 상실하던 중,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동국대와 전북대, 우석대내의 연합 동아리 멤버 몇분들이 먼저 컨택을 해 온 것이다. 그 분들은 어려운 독거 노인들께, 무료 이발, 수지침 강좌, 영정 사진 봉사를 하는 분들이었는데, 우리에게 영정사진 작업을 요청해 온 것이다. 비론 첫 작업엔 울학교 기말고사 기간으로 인해 함께 할 수 없었지만, 다음 작업에 함께 참여하고, 이 모임을 활성화 시켜 대학내 연합 동아리도 추진할 예정이다.

11/16일 - 비주얼 플젝 모임중 김기현님과 논의
11/17일 - 비주얼 플젝 준비위 홈페이지에 영정사진 게시판 신설
11/18일 - 박경남&이민주 합류
11/19일 - 컨택 리스트 작성
             - 상명대 양종훈 교수님
             - 구로3동사무소 직원 류재호
             - 성공회대학교 사진동아리 마실보기
             - 잠실성당 동아리 종이거울
             - 소외된 노인분들 다큐 제안 by 이민주
11/23일 - 컨택 실패, 이어 서대문구청 사회복지과 컨택 시도
11/29일 - 프린스턴 스퀘어에서 모임
             - 김기현님 세브란스 응급실 입원
             - 협조 불가능 판단, 파고다 공원 촬영 계획 수립
12/01일 - 파고다 공원 촬영 시도.
12/02일 - 일원동 까치마을 노인정 촬영 시도

마치며...
이번 작업을 계기로 우선 소외된 어르신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나는 조부모님, 외조부모님 모두 일직 돌아가셔서 살갑게 느끼진 못했던 어르신들에 대한 감정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고, 사회에서 소외된 어르신들의 문제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러한 작업들을 바탕으로 경계 밖으로 소외될 수 밖에 없었던 어르신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서 봉사하기로 했다.